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금수저로 태어나 금수저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말이 ‘아모르 파티’ 아닐까?
흙수저로 태어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흙수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이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터이다.

니체는 어쩌자고 이 말을 세상에 던져 놓고 우리의 염장을 지르는 걸까?

니체는 말한다. 인간은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존재라고... 그런데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 스스로 던짐으로써 의미 부여가 되는 삶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의 삶의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자신이 결정한다고...

목적과 가치가 사라져버린 허무주의 시대, 초월적 가치를 믿지 않고 물질만을 중시하는 세속화 시대를 확인한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선포했다. 그런데 ‘신이 죽은 시대’는 당시보다 지금에 더 가깝다. 목표 없는 공허함에 힘겨워 하고,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돈만 쫓는 모습,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의 암울한 자화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절망의 시대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삶을 견뎌내는 것이다.
니체는 인간이 정체성을 찾고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 순으로 제시한다. 낙타는 무거운 것을 견디는 태도를, 사자는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힘을,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상징한다.

『니체의 인생 강의』의 저자 이진우 교수는 인간이 스스로의 모습에서 이 세 가지 단계를 긍정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아모르 파티!”라고 탄성을 터뜨릴 수 있는 ‘어린 아이’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힘겹고 무거운 짐을 진 낙타의 단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아닐까? 아님 도대체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 단계에 들어선 사자의 모습은 아닐까?

그러나 우리에게 애정을 품은 삶은, 니체는, 우리에게 어린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속삭인다.

“삶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그래서 늘 새로운 시작을 할 줄 알아야 하고 시작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운명을 사랑할 줄 아는 어린 아이가 되어야 해...”

어린 아이는 삶을 놀이로 받아들인다. 무거운 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 아이는 ‘신성한 긍정’이다. 아이는 어른들과 달리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I am as I am.’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금수저든 은수저든 흙수저든 구애(拘礙) 없이 존재 그 자체로서 빛나는 생명체임을.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아모르 파티!’라고 힘주어 소리쳐 보자. 내가 의미 있어지고 사랑스러워짐을 온 몸으로 체험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