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감수성 예민했던 고교시절, 당시는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었으니 수줍음 잘 타고 말 없는 여고생에 가장 좋은 친구는 책이었다.
오빠들이 먼저 읽고서 꽂아 놓은 책꽂이 가득 진열됐던 세계명작들 중 눈에 가장 잘 들어왔던 게 톨스토이 작(作)의 『안나 카레니나』, 『부활』, 『전쟁과 평화』 등등이었다.
당시는 네이버가 없던 때라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대문호인지, 작품들에 담긴 문학적·역사적·철학적 의미에 대해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스토리 자체에 흠뻑 매료되어 얼마간 책속에 빠져 있곤 했었다.

이후 문학을 전공하면서야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나 작가의 사상과 관련하여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한참한참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책이 톨스토이가 말년으로 접어들면서 저술했던 책들 중 하나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단편소설들을 모아 놓은 책이었는데 읽기는 동화처럼 가벼웠지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삶이나 인생에 대해 새롭게 통찰을 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과 일상에서 마주하고 부딪치는 사건이나 갈등인 사랑에 대한 의무와 책임, 우정, 노동의 신성함 등을 철학적으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그 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구두장이 세몬과 그의 아내, 부자(富者)거인, 쌍둥이 고아의 양어머니의 모습을 통해서 천사 미하일이 신이 내 준 세 가지 과제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는 '사랑 그리고 지혜 또다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길지 않은 시간일지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서 얻어낸 자신만의 인생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
우리 스스로 얻어낸 사람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톨스토이에게 말걸기를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