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영원한 걸작 『모모』 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판타스틱한 이야기이다.

늘 시간에 쫓기는 삶, 바쁘기 짝이 없는 일상, 마음 놓고 쉴 수조차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미하엘 엔데는 ‘시간은 삶이고, 삶은 우리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라는 메시지를 동화 같은 이 책 『모모』를 통해 전하고 있다.

어느 날, 평화롭던 모모의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난다. 회색신사들은 그럴듯한 논리로 시간을 저축하라고 권유하면서 사람들이 사용할 시간의 일정량을 가져간다. 사용할 시간이 줄어든 사람들은 항상 바쁘게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되고, 모든 행동 가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에 두게 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험, 노력 등의 가치는 무시된다. 오로지 남들보다 빨리해야 한다. 출세하려면 이런저런 것들을 빨리 습득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그 밖의 행위는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한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가열차게 달려 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의 것인데 왜 우리는 그 시간을 온전히 우리만을 위한 시간으로 향유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을 지키는 것이 왜 이리도 점점 힘들어지는 것일까?

가장 큰 불행은, 시간만 끔찍하게 아끼게 되면서... 현재 자신,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무엇에 사로잡힌 채 자신과 가족, 동료, 이웃을 서로를 돌보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미래라는 허상에 저당 잡힌 시간, 왜곡된 삶의 진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언뜻 보기엔 가녀리고 불쌍한 여자 아이일 뿐인 모모에게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을 뿐인데 어리석었던 사람이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힘이 있다.

지금 이 순간, 가만히 온 마음으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가족의 목소리에, 동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것.... 이것이 바로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시간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만이 우리를 존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