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명인 움베르토 에코가 어린이들을 위해 쓴 유일한 동화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이 작품에는 원자폭탄으로 전쟁을 일으켜 돈을 벌려는 부자와 권력을 얻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장군이 등장하는 <폭탄과 장군>, 지구인들끼리 그리고 지구인과 화성인 간의 대립과 이해를 그린 표제작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문명의 편리함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뉴행성의 난쟁이들> 총 세 편이 실려 있다.

근래 우리 사회의 담론이 되고 있는 ‘생태’와 ‘환경’, 그리고 ‘다름’이 ‘차별’이 되는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우화적으로 재미나게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폭탄과 장군>은 창고에 하나 가득 쌓인 폭탄을 터뜨리고 싶어 안달이 난 장군과 생명을 파괴하고 자신도 죽어야 하는 폭탄이 되기 싫어 탈출을 감행한 원자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는 화성에 도착한 미국인, 러시아인, 중국인들이 처음엔 생김새와 말이 달라 서로를 두려워하다가 어둠이 내리자 너무 외롭고 쓸쓸해진 이들이 각각 자신들의 언어로 ‘엄마’를 ‘마미’, ‘마마’, ‘마~마’라고 부른다. 똑같은 느낌으로 엄마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구인들은 서로에게 다가가 가까워지게 된다. 아침을 함께 기다리는 동안 그들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용기도 얻게 된다.

아침이 되자 그들은 화성인과 만나게 된다. 지구인들과 너무 다르게 생긴 나쁜 괴물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들은 화성인을 죽이려고 한다.

그때 새 한 마리가 몹시 매서운 추위에 떨다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그 새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린다. 화성인도 그 새를 보고 눈물을 흘리더니 괴물 같은 여섯 개의 팔로 그 작은 새를 들어 올려 따뜻하게 해 준다. 그런 화성인의 모습을 바라보던 세 명의 지구인은 생명을 아끼는 마음이 화성인 또한 자기들과 다르지 않구나 느끼게 되자 화성인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필자는 오래 전 아이들 수업을 하면서 이 동화를 만나게 됐는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이 지금까지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세 지구인은 나라도 언어도 종교도 달랐다. 그런데 그들을 서로 다가가게 했던 것은 ‘엄마’라는 부름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내세워 그들의 신의 이름을 불렀다면, 혹은 그들 나라의 대통령 이름을 불렀다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을까? 오히려 더욱 경계하다가 고립되었든지 아님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종교전쟁처럼 잔혹한 일들이 화성에서도 벌어지지 않았을까...

그들을 살아온 사회적 환경과 언어, 가치, 이념, 종교에서 벗어나 오직 한 생명체로서의 동질감을 갖도록 일깨워준 그 한마디 ‘마미’, ‘마마’, ‘마~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근원적인 힘이자 의지처는 어디일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