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일이 있었다면 ‘사랑에 빠진 것being in love’을 경험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에까지 이른 뒤 긴긴 세월동안 그 결혼생활을 탄탄하게 유지하느냐, 파탄에 이르느냐는 서로의 배우자를 ‘사랑하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가 그렇지 못했는가의 차이다.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콩깍지가 씌워진 상태’라는 의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콩깍지가 벗겨지게 되면 우리는 그 대상의 실체를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서 실망도 하고 후회도 한다.

이때가 바로 한 차원 높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배우자든 연인이든 대상에게 기대하고 희망했던 그 어떤 것들을 다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그(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바라봐 주고 감사해 하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것Loving’에 해당된다.

‘사랑에 빠진’ 단계에서 ‘사랑하는’ 단계로 의식이 확장되지 않으면 수많은 부부 또는 연인들은 이별과 상처를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은 고상한 시적 언어로 ‘사랑에 빠진 것’과 ‘사랑하는 것’과의 차이에 대해 말해 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프시케는 순수‧수려‧숭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처녀이다. 천상적이기조차 한 그녀는 수많은 뭇 남성들의 숭배대상이다. 이러한 프시케를 심하게 질투하게 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죽음과 사랑에 빠지도록 계획한다. 이 음흉스런 계획을 착수하기 위해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아들이자 사랑의 신으로 일컫는 에로스에게 그 역을 수행하도록 한다.

그런데 에로스는 실수로 자신의 화살에 자신이 찔리고 만다. 프시케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 에로스로 인해 아프로디테의 계획은 어그러지게 된다.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사건은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사랑에 빠진 에로스와 프시케는 결혼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에로스에 대한 프시케의 호기심과 의심이 그녀를 시련에 빠뜨린다.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프시케는 아프로디테가 지시하는 도저히 불가능한 과제들을 수행한다. 프시케는 이 과제들은 대면하고 해결해 가면서 분별력, 로고스, 선택과 집중력을 계발, 전에 없었던 힘을 얻고 지혜까지 겸비하게 된다.

이성의 힘과 영적인 지혜를 갖추게 프시케는 드디어 아프로디테의 인정을 받게 된다. 모든 신과 여신들의 동의를 얻어 신으로 승격된 프시케는 에로스와 다시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기쁨(Pleasure, Joy, Ecstasy)’이라는 딸을 얻게 된다.

처녀 프시케는 범접할 수 없는 순수 여성성이다. 너무 아름다워 숭배의 대상이 될지언정 이성의 힘과 영적 지혜를 갖춘 온전한 여성에는 미달이었다. 그러나 온갖 아픔과 시련을 해결하고 극복하고서야 여신으로 신분이 상승될 만큼의 완전하고 조화로운 여성성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결혼생활도 이 고대신화의 주인공들과 다르지 않다. 사랑에 빠졌던 두 남녀가 그 감정에서 벗어남으로써 현실과 상대에 대한 실체를 마주함으로써 겪어야 하는 실망과 상처, 분노 등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서로를 떠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가 또 현실이다. 이러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얼마만큼 아프고 힘든 결정일지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과하면 과한대로, 담담하게 바라봐 주고 기다려 주는 것은 ‘더 큰 힘듦과 아픔을 껴안는 숭고한 사랑'임을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