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바퀴 굴러가는 속도에 감기면서 회귀의 뜰에 떠올려본 촉촉한 눈빛 옛 자취 품은 흔적 어지러운 나이테 앞에 오롯이 갇혀있는데 겹겹 쌓아둔 침묵 안에 시공의 폭 접어두어 행여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정혜진 ㆍ아동문예(1977) ㆍ광주일보신춘문예(1991) ㆍ한국동시문학상 …
미세를 다시 쪼갠 초미세 먼지들이 악마적 자기 소명 다하는 아침이다 하늘은 장염 걸린 듯 질린 표정 누렇다 안개인지 먼지인지 자욱한 우수 무렵 무지개 그리움이 피어나던 실개천 그립다 세상 귀 닫은 고향 산골, 진달래꽃 문제완 2009년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분 최우…
그대 좋아하는 봄이 오면 그 봄 못 가게 묶어놓고 낙엽 지는 가을이 오면 그 겨울 못 오게 하오리다 그대 달을 보고 외로워하면 그 달 바닷속에 집어넣고 그대 눈이 부셔 하늘을 못 보면 그 태양 물을 뿌려 끄오리다 서순보 시인(전 종로구의원)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고려…
가을걷이를 끝낸 넓은 밭 그 아래 콩깍지 하나 뒹굴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마저 배고파 울고 갈 뿐 아버지의 손길 지나간 논두렁은 마른풀 한 가닥 허투루 서있지 않네 그저 흙속의 우렁이만 숨 쉬고 있을 뿐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아버지의 보은의 방법이다 논 갈고 밭 갈아 우리들 먹여 …
유유히 흐른물살 가르며 먼 발치 뱃전에서 바라 본 깎아 내린 절벽 옛 마을 오간 데 없고 망향정은 쓸쓸하다. 돌틈에 피어난 아기단풍 그림자는 호숫가를 물들이고 달밤이면 선녀가 내려와 잠시 머물다 가는 느낌, 천하제일 비경인가. 뉘라서 수려한 장관에 취하지 않을까 방랑시인 김삿갓 …
올챙이 풀 내음에 콧노래 부르며 하품과 물 걱정을 지게위에 벗어놓고 오밀조밀 농사요량(料量) 쟁기에 실어 올려 말 없는 씨앗소를 품앗이로 모셔다가 이른봄 느린 발자욱에 소망을 묻어 간다 (己卯年 驚蟄날) 이준배 1999년 월간 한국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보…
허기진 졸음을 놓았다 빼꼼히 내민 동편의 맞음, 밤에 취한 빛깔에 프린팅 끝낸 꽃잎의 첫인상도 깜빡인다 단, 하루 동행할 다툼을 내두른 꿀 성대 모닝콜이 분주하다 멀어진 새소리며 순번 놓친 두 눈의 기다림도 간절함을 빌린 일상에 백지수표 손끝에 걸린 앵글에 희망을 예금한다 째…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뒤돌아보지 말고 기는 거여? 굴러 떨어질 것 같으면 풀뿌리 움켜쥐고 버티고, 가시덩굴에 찔려 피가 흐를지라도 이 악물고 그냥 견디는 거지. 짓밟히면 넙죽 엎드려 있다가 다시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거여 앞으로 앞으로만 뻗어가다가 여…
비가 내리는 밤이면 뒤뜰 처마 밑에 앉아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빗방울을 하나씩 세고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그러다 잊으면 또 하나 둘 떨어지는 빗방울을 다 세지 못해도 좋다 하나 둘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노라면 내 인생도 저렇게 힘차고 자신 있게 떨어져 보았을까 비…
하얀 목화밭에 다래 따 입에 물고 활짝 웃던 내 동심 아장아장 앞세우며 이랑에 심은 모정이 눈꽃으로 화했네 밤새 몰래 내린 눈이 성지처럼 쌓였으니 희석된 기억들이 엄니처럼 살아나 눈물로 헹구지 못한 내 유년이 그립네 걸음마다 숙연해지는 혼돈의 나들이 길 툭 치고 가버린 날 허공에…
산다는 것이 때로는 상처이다 크고 작은 나무와 꽃들이 동산을 이루듯이 울긋불긋 너를 껴안아 주고 싶다 그런 다음이라야 뿌리는 저 하늘까지 깊게 뻗어 환한 햇살로 피어나겠지 상처도 꽃처럼 빛날 때가 있다. 智遊 자유로운 영혼
어제를 뒤돌아본다 지나온 나날들을 지나간 나를 뒤돌아본다 지나간 날들은 그렇게 크고 지나간 나는 그 얼마나 작은가 지나간 바람들이 태풍들이 내 마음을 뚫고 내 가슴을 짓밟고 지나간 그 자리가 지나간 영예들이 영욕들이 허황된 욕심들이 오늘에 나를 더욱 작게 만들어 오, 생이…
오후수업 있는 날이면 집에 가 점심을 먹었다. 꼭지 달린 상보에 덮인 찐 고구마 한 광주리. 윗목에선 겨릅대 두른 고구마 통가리 흙냄새 풍기는데 무심히 파리 떼 쫓으며 상보를 집으려다 와락 그리워졌다. 들일 나간 식구들. *이인석 프로필* 전남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
거울을 본다. 꽃이 없다 또 다시 본다 여전히 없다 아! 나는 없구나 이제는 널 볼 수 없구나 사랑스런 너의 모습을 안개처럼 흩어져버린 너의 모습들 눈부신 날엔 왜 너를 무심한척 사랑해주질 못했을까 다시는 못 볼 그 젊음을 향해 한 방울 눈물이 내안의 기억을 쓰다듬어준다 …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 앞에 선다. 어느덧 몸과 마음이 정갈해진다. 초록의 강을 징검다리처럼 건너와 노랗게 물든 시간 앞에 숨도 멈춘다. 엄숙한 마음으로 나무를 찬양하는 것은 오늘 하루 짧은 여행으로도 충분하다. 천년의 휴식을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늘에 앉아 늙어가는 …
기름지고 넓은 땅이 아닌 자갈 많은 험한 곳에서도 생가지 끊어진 자리에 파릇파릇 새싹이 나온다. 태풍에 끊어진 자리 반들반들한 연두색 이파리 속에 불그스레한 열매 주렁주렁 너의 인내는 내게 새 삶을 준다. 구판순 필명 회원懷園 시등단 수필등단 광주시협 …
가을날 화순의 꽃 담당은 국화꽃이다 벚꽃도 이팝나무도 배롱나무꽃도 지고나면 색색의 꽃을 피워 놓고 화순을 장식한 국화꽃 초록 이파리 사이로 알록달록 화려한 국화 꽃등 초대장이다 민금순 1997년 문학춘추 [시] 등단, 2001년 …
와불님의 풍경소리 화순벌에 울려 퍼지고 고인돌 유적지 선대의 향기가 더욱 몽몽하다 풍류가객 김삿갓도 적벽 산수에 그만 취해 시 한수로 방랑생활 펼쳤으니 나는 의향과 산자수명의 고장 화순에서 고고한 세월에 묻혀 늙어가고 있네 김용상 서울시 시우문학회 이사. …
우리는 왜 고향이 없는가 그리워해도 못 가는가 고향처럼 아름다운 그림은 없고 부모처럼 큰 글자는 없는데 왜 우리 고향은 물속에 있는가 우리 부모는 어디 있는가 봄이면 가장 먼저 찾아와 피는 누님보다 예쁜 빨간 앵두꽃도 금빛을 만들어 내는 적벽산 아래 금살 여울 쉬리도 보산리 …
서러우면 입술을 깨물지라도 눈물을 흘려 보내지 않으렵니다 기쁘면 미소를 띠울지라도 소리내어 크게 웃지 않으렵니다 눈부시게 밝아오는 햇살처럼 은혜롭게 반짝이는 별빛처럼 얄밉지 않은 고운 삶 살으렵니다 새벽이슬 입맛 다시려고 잠이 깬 티 없는 한 송이 수련꽃처럼 물결 넘치는 …
2024.04.25(목) 14: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