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구충곤 군수의 불출마로 차기 화순 군수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군수 후보로 거론되던 민병흥 전 도의원이 도의원으로 체급을 내려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지역주민과 지역 정가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병흥 전 도의원은 3~5대 전남도 교육위원을 맡으며 부의장을 역임했고, 2014년 제 10대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활동 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전남도교육위원이 된 만큼 교육전문가로 통하며 도의원 의정 활동 때에도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지역 정가에서 줄곧 차기 군수 후보로 점쳐온 것은 물론 본인 역시 꾸준히 군수 도전을 언급했기에 군수 출마가 당연시되었으나, 3월 중순부터 민 전 의원의 ‘체급조정설’이 지역 언론사에 의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다른 예상 출마자들에 비해 낮은 지지도로 인해 군수 대신 도의원 도전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또한 본래 지난 19일 오전 군수 출마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사정에 의해 당분간 연기한다고 재공지를 한 만큼 도의원 출마설에 무게가 실려왔었다.

군수 예비후보 등록이 2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화순지역위원회에 확인한 결과 결국 민 전 의원은 도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이 확인되었다. 대통령 선거 전까지 일체의 지방선거 홍보가 금지되었기에 민 전 의원의 도의원 출마는 형식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또한 난립하던 군수 예비후보가 줄어든다는 측면이 있으나 아무래도 지역민들의 시선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으로 기울어진다.

첫 번째는 진정성이다. 민 전 의원은 본인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활동을 바탕으로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 생활 인프라 구축에 대해 여러 의견을 제시해 왔다. 군수가 되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포부였으나, 도의원 출마로 빛이 바랬다. 군수 출마를 위해 준비해오던 각종 공약들은 도의원 공약으로 바뀔 수 있다. 이렇게 준비하여 출마한다고 한들 지역민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적은 지지율이나마 민 전 의원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던 지역민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줬다.

두 번째는 도의원 출마가 기회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낮은 지지율로 인해 군수 출마를 포기하는 것으로 보이나, 기존의 구복규, 문행주 도의원이 군수 자리에 도전한 만큼 도의원 역시 차기 군수 자리와 마찬가지로 ‘무주공산’이다. 가능성이 낮은 군수 대신 본인이 더욱 경쟁력 있는 도의원으로 출마하는 것에 유권자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또한 구복규 의원의 군수 출마로 인한 도의원 출마가 재반복 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민병흥 전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10대 전남도의회 화순 제2선거구 도의원에 당선됐는데, 이는 기존의 제2선거구 도의원이었던 구복규 의원이 군수에 출마하면서 기회를 얻은 것이다. 구충곤 군수가 당선된 이 선거에서 구 의원은 15.98%의 득표로 4위로 낙선했다. 이후 구 의원이 11대 도의원 활동을 하며 숨 고르기 후 군수에 재도전한 것에 비해, 민 전 의원은 군수 도전을 포기해버린 모양새다.

세 번째는 정치신인들의 진출에 장애물이 된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에서는 체급을 올려 상향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군의원에서 도의원으로, 도의원에서 지자체장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동시에 정치 신인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면서 새로운 지역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게 지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아무래도 조직과 자금적인 부분에서 앞서기 때문에 기존 정치인이 선거에서 유리하다. 민 전 의원처럼 군수 출마가 유력하던 후보가 오히려 체급을 낮춰서 출마하면, 정치 신인이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에 새로운 일꾼을 기대하던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지역 정치의 정체나 후퇴로 바라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과거부터 지방선거에서는 경선에서 탈락 이후 ‘하향’ 출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면에서 민 전 의원이 도의원으로 예비후보 등록한 점은 오히려 혼란을 줄인 빠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약하는 것은 지방 발전을 위해서도 옳을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군수 대신 도의원 출마를 타진했더라면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민병흥 전 의원은 이에 대해 “군수 대신 도의원으로 출마한다 해서 군민들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위치에서든 지역발전을 위해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뛰겠다”라고 밝혔다.

모 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역민의 정치적 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다.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는 지양되어야 한다. 역량 있는 후배들에게 통로를 터주는 것도 좋은 미덕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한편 군수 후보로 거론되는 강순팔 전 화순군의회 의장, 구복규 전남도의회 부의장, 문행주 전남도의원, 윤영민 현 화순군의회 부의장, 조재윤 전 나주부시장은 민주당 경선 과정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