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강 이야기

/ 덕천 김용등

돌칼 날카롭게 날 세우던 날
초복이 첫돌이던 복돌이가 
서럽게 짖어댔던 그 강가
복돌이보다 먼저 세상 떠난 부족장이 있었다는데
강물에 괸돌 깨끗히 빨아서 
무덤 지붕 만들어 주었어도
옆으로 들이치는 폭우 때는 어쩔 수 없이
부족장은 다시 일어나 움막으로 비 피했다지

도곡에서 남평까지는 드들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강가마을에 심청이 친구가 살았던 모양이야
큰물이 나면 제방이 자꾸 무너져
다시 제방 쌓을 때 처녀 제물을 바치기로 했는데
드들이라는 처녀가 인당수 아닌 제방 공사장에 
치마로 얼굴 가리고 뛰어들었다지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한번도 무너지지 않은
지석강 제방에 나가보았더니
옛날의 부족장은 생전 보지도 못한 
베스란 놈이 흐린 강물 속에 꽉차 있는게야
이런 사실이 잠자는 부족장 귀에 들어가면
벌떡 일어나 당장에 쪽대들고 달려들거나 
강물 다 퍼서 씨를 말리려 할텐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지석강은 
비린내나는 몸 보여주기 싫어서 연막을 피워올렸어옛날부터 지석강은 염치를 아는 강이었다지
아마도

김용등(010-9670-5113)
시인/시조시인, 현 도곡면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