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였던 ‘타이타닉’이 작년 5월경 2순위로 밀려났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때문이다. 엄청난 미스터리함 속에 그보다 엄청난 스릴, 그 형용할 수 없는 스릴자체로 전율의 감동를 느껴보긴 ‘곡성’이 처음이었다. 영화속에 어린주인공의 대사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그것이 뭣이 중헌디? 그것이 뭣이 중허냐고?” 영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의무가 된 주택용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감지기) 설치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자 함이다.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따른 주택용소방시설 설치 의무 기간은 2017년 2월 4일부로 끝났다. 설치율을 높이기 위해 2012년부터 소방당국은 대대적인 홍보를 실시하였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직접 설치도 해주었다. 하지만 개정된 법 의무의 강제성이 명확하지 않아 지금까지의 설치율은 50%를 밑도는 수준이다. 소방시설을 관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나에게 저조한 설치율은 예민하게 다가왔다.

저조한 설치율의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그 중에 특히 주택용소방시설 설치의 중요성에 대한 개인의 의식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추측성 단언이 아니다. 직업특성상 소방서 관계자와 업무협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주택용소방시설 설치 관련 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문의자 중 영화 ‘곡성’의 “그것이 뭣이 중헌디?”격으로 주택용소방시설설치 의무에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TV뉴스에서만 종종 보았을 뿐 당사자나 주위에서 주택 화재로 인한 사고를 접해본적이 없어 생긴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또한 이런 ‘안전불감증’의 잣대로 주택용소방시설인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가격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高價)라는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 그 가격이 뭣이 중헌가?”. “아들, 딸의 한없이 해맑은 눈빛보다 중헌가?”. “한 평생 그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부모님의 맹목적인 사랑보다 중헌가?”. “벚꽃 흩날리는 따스한 봄날 두손 꼭 잡아 심장을 쿵!쿵! 거리게 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보다 중헌가?” 소중한 이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주택용소방시설 설치의 중요성 판단은, 화재발생의 확률보다 만약의 한 순간에 비중을 크게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