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詩] 행복하고 싶다면 |2020. 08.20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고 합니다.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DNA가 있다고 합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고 합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필연적으로 시기심이 생기고 시기는 인간관계를 무너뜨립니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 할수록 불행은 가속화됩니다. …
삶 |2020. 08.13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인데 구름이 가리고 바람이 가리고 밤이슬이 가리고 떨어지는 낙엽이 눈을 가려 가끔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제자리인데 지나간 영욕들이 흘러간 아쉬움이 상처들이 흔적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썩어 뭉개진 것들이 영혼들이 길, 길을 붙잡을…
쳇바퀴 |2020. 08.06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몰라 어둠 속에서 엉금엉금 길 뿐 어제도 오늘도 더듬더듬 나는 가네 열 손톱이 닳아 피가 맺히고 발톱이 찢겨도 멈추지 않고 발걸음을 질질 끌어 내디디며 날개가 돋친 민들레 홀씨처럼 합창하는 유월의 개구리처럼 내 가난한 詩의 씨를 뿌릴 뿐 내 삶에 드리…
눈물의 의미 |2020. 07.22

강철처럼 단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지인분과 상가에 갈 일이 있었다. 예를 갖춰 고인과 인사를 나누고 상주와 마주했을 때 눈물을 철철 흘리셨다. 지어서는 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마련된 식사자리로 옮긴 후에도 한동안 숟가락을 들지 못하셨다. 그분에게 눈물은, 파도처럼 밀려드…
고향의 소리 |2020. 07.15

고향의 소리 나는 비를 좋아한다 몹시 쏟아지는 비도 좋아한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내려도 좋다. 빗물도 보인다 다이아몬드 보리쌀 다람쥐가 까먹다 버린 도토리 내 고향 시냇가 굵은 모래처럼 어떻게 보여도 좋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비가 내리면서 내는 소리는 어떤 소리도 좋다 유리…
배롱나무 옆에서 |2020. 07.10

뙤약볕에서 자리 탓도 없이 호미질 하는 여인처럼 장인 정신 가구장이처럼 아름다움을 피워 내는 나무 백여 일 동안 끊임없는 일손 주변에서 싫은 소리 내뱉어도 가지를 끊어도 그저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나무 덥다 더워 날씨 탓도 없이 다만 자식 잘 되라는 바램 무릎이 닳게 108…
운주사 산책길에서 |2020. 06.29

천년고찰의 얼이 새겨 있는 운주사는 천년 후에도 이어지리니 백제불교 문화의 꽃으로 우리나라의 자랑이며,선대 조상님들의 지혜의 정수(精粹)가 아니랴 천불산 계곡은 천불천탑이 살아 숨쉬니 가히 와불님을 군주불로 세운 법계(法界)의 궁궐이 아니고 무엇이랴 ! 저, 저변의 …
[독자詩] 행복수칙 |2020. 06.25

살다 보면 위를 보고 비교하게 된다 비교하니 옷, 집 등 재산이 맘에 안 들 때도 있고 자식이 맘에 안 들 때도 있으며 배우자가 맘에 안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하라 그래도 없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가 천하제일 행복수칙이다

산사의 밤 |2020. 06.15

산바람 한 점 허공을 향해 가슴 저리도록 확 달려드는데 착한 동자승 달음박질 쳐 오며 오가는 중생의 허물을 덮고자 합장하며 삭이는 여린 마음 휑한 난간 스산함이 가슴 밑바닥까지 차디찬 외로움으로 청정하고 경내를 싸고도는 밤풍경소리만 어지럽게 흩어졌다 모인다 꼭꼭 숨어…
사랑하자 |2020. 06.09

우리 사랑하자 가슴이 매우 뛰고 뜨거운 심장 소리가 감나무 꼭때기에 있을 때 진심한 마음으로 아아 진심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 실컷 사랑하자 보고 싶을 때 사랑하자 잊기 전에 눈빛이 초롱할 때 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흔들려도 좋다 눈을 부릅뜨고 사랑하자 아아 눈을 감아도…
굽은 나무 |2020. 06.01

내 이름은 굽은 나무입니다. 구름이 걸쳐 있는 숲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제대로 보아주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날 바람이 불고, 그 바람 태풍으로 돌변하여 나를 덮쳤습니다. 바람이 멈추고 하늘도 땅도 그대로인데 나는 그림자조차 반듯하지 못합니다…
못다 핀 꽃망울 |2020. 05.25

총과 칼로 난무를 일삼아도 최루탄 가스로 입과 눈을 막아도 그날 그 일 5 · 18 전라도 의혈의 고장 하늘은 눈물로 기록하였으리라. 5월의 영령 딸기밭에 문드러진 주인 없는 딸기처럼 민주의 재단에 피로 쏟아내어 붉은 향기 타올랐으리라. 불의와 정의에 심신을 바친 넋들 전라도 불사…
너를 만나기 위해 |2020. 05.18

분적산에서 너릿재로 향하는 길에 야생화들을 만났다. 현호색, 개별꽃, 괭이밥, 붓꽃, 씀바귀, 병꽃나무, 정향나무...... 산꼭대기로 올라 갈수록 더 예쁘고 선명한 야생화들이 제각각의 빛깔과 모양으로 말을 걸어온다. 너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구나! 흘린 땀의 보답으로 네…
그대와 함께라면 |2020. 05.11

그대 내 곁에 돌아온다면 봄이 올 때를 기다리지 않겠소 그대 내 곁에 있다면 봄이 오면 그 봄 못 가게 하오리다 그대 나와 함께한다면 세상도 인생도 다 바치오리다 그대 나와 함께 간다면 저 세상 먼저 가서 기다리겠소 서순보 ㆍ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ㆍ고려대학교 경영…
심지 |2020. 05.06

입을 열고 부르려 해도 부를 이름이 없습니다 눈을 뜨고 그리려 해도 보이는 모습이 없습니다 시비분별 말끔히 사라진 생각 이전의 한마음자리 안팎 경계 둘이 아니니 집찰할 이유도 없습니다 애당초부터 비어 있으니 더는 비울 것도 없습니다 오롯이 밝고 신령스러워 해처럼 환…
하늘 꽃길 |2020. 04.27

은빛으로 쭈욱 뻗어나간 벚꽃의 행렬 보일 듯 말 듯 하늘까지 손 펴들고 다른 사람들 다 보내주고 내 앞은 가로막네 아! 꽃보다 예쁘면 안 된다니 어쩌죠? 김애자 ㆍ화순군 남면 장전리 출신 ㆍ광주문인협회 지상백일장 대상 수상 ㆍ전남문인협회 백일장 차상 수상

봄비 실어 오는 구름 |2020. 04.20

우리의 상상보다 가볍게 떠 소리 없이 무너지고 부서지는 것들 하늘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땅에 내렸던 평화가 깊은 하늘로 모두 모여들었다 대신에 땅에는 꽃이 울렁거리고 새 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목에 칼을 꽂았던 닭에게 가죽을 벗겼던 순한 짐승들에게 사람들은 꽃으로 말을 건다 봄비…
내 영혼은 파도가 되어 |2020. 04.13

내 영혼은 파도가 되어 바닷속 깊은 뻘속에 뭍히고 떨어져 나가고 흩어지고 흘러 다니고 뭉개지고 고기때가 몰고 다니고 내 영혼은 파도가 된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 한라산은 백록담은 성산일출봉 천재연폭포 우도는 천연동굴은 언제 갈거나 그래도 가야 해 봐야 해 내…
쑥섬의 동백꽃 |2020. 04.07

나로도항 작은 포구 앞 엎어지면 코 닿을 만한 지척에 파도가 꼴랑꼴랑 젖 먹여 키워낸 섬 쑥섬야생화 몬당길 지나 여자산포바위 남자산포바위 오가는 길에 산듯하게 피어난 동백꽃길 쑥섬 동백꽃은 일년에 세 번 꽃을 피운다 첫 번째는 나무에 핀 꽃이요 두 번째는 고요한 바다위에 …
산은 산이다 |2020. 03.30

생산은 산이다 어머니도 산이요 아버지도 산이다 산은 산이다 친구도 사랑도 산이다 나도 산이요 너희도 산이다 모두가 산이다 산에서 산다 산으로 간다 서순보 ㆍ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ㆍ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ㆍ한문수학, 침술, 풍수지리학, 한의학, 명리학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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