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5천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유교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조선시대 500년을 거치는 과정에서 전국에는 현재 수많은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 등이 산재되어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 민족은 옛 것을 숭상하고 조상의 유지(遺志)를 받드는 보존문화 의식이 여타 나라들과 대비되는 것도 제각 등을 활용한 추모 문화에 한 몫하고 있다.

화순지역 13개 읍면에만 해도 현재 와가(瓦家)로 지어진 제각이 모두 212채에 달하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도 제각 등을 활용한 추모 문화 현황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와가 제각 외에 다른 형태로 지은 제각까지 감안하면 이 보다 훨씬 많은 제각이 우리 지역에 분포돼 있는 셈이다.

화순읍에서 멀지 않는 면 소재지 내 20~30가구가 사는 조그만 마을내에서도 무려 4개나 되는 제각이 지어진 곳도 있어 다소 의아스럽게 생각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일지라도 여러 성씨들이 살고 있어 각 성씨나 문중마다 따로 제각을 조성한 탓이리라.

이처럼 제각 등을 마을마다 지어 조상을 기리고 각 문중과 성씨의 자긍심과 전통을 이어 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 등이 관리 부실 등으로 훼손‧멸실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형태에 따라 어떤 곳은 수억에서 수십억을 들여 고풍스럽고 멋들어지게 지어진 제각도 많은데 이를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이러한 소중한 제각들이 고작 1년에 1~2회 정도의 제사를 모시고 나머지 기간에는 거의 방치상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화순지역에 소재한 일부 제각들은 후손들마저 아예 발길이 끊겨 사용이나 관리의 손길도 닿지 않다 보니 폐가처럼 변모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활용률이 극히 낮거나 방치된 제각 등을 이용한 장사(葬事)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이미 전개된 화장 문화를 지속시키면서 각 문중으로 하여금 실내에 납골함을 안치 할 수 있는 진열장만 설치하면 한 채의 제각 건물만 있어도 수백에서 수천기의 조상을 모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또 제각 등에 마련된 납골함을 관리하는 사람을 둬 꾸준한 관리와 함께 후손과의 지속적인 연결체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장사 방식이 바뀐다면 예로부터 내려온 동방예의지국의 미풍양속 및 끈끈한 씨족 문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회에서의 ‘제각 등을 활용한 장사 방식’에 대한 법안 마련 등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는 예산이 특별히 들어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굳이 성공적인 장사 문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을 논한다면, 지난 2000년도에 전국 지자체를 통해 산 속 납골당 권장으로 수 백만원 정도의 보조사업이 진행된 비용으로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 등에 납골함 장식장을 설치해 이용하게 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기존 납골당 장사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제각, 제실, 영모당, 추모당 등을 활용해 조상을 모시는 장사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국토를 살리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언젠가 닥칠 공설‧사설 납골당의 포화상태 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