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시니어기자

몇 년 전 교직( 화순군 동면중학교 )에 있을 때 일이다. 학생들이 아침에 일찍 등교하면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자율학습을 하도록 하였다.

담임교사가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교실을 둘러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잠깐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어려운 과목에 대하여 복습이 나 예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서 표어를 만들어 각 교실과 복도에 게시하여 학생들이 자주 볼 수 있도록 하고, 교사들에게도 표어가 모든 학생의 마음에 각인될 수 있도록 지도해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표어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지금 해야 하는 것이 있지 않은가 스스로 묻고 생각해보고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자문(自問)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생활 태도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그리 쉽지는 않았다.

학생이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자이고,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런 표어가 마음에 와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때 아이들에게 강조했던 표어를 이제 정년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게 되뇌어 말한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사이에 어떤 모순이나 괴리가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했던가’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이의 틈새를 조금씩 줄이는 삶을 살아간다면, 버나드 쇼(Bernard Show)의 묘비명. “내 인생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어”라고 후회하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