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현 철학박사, 재경향우회 고문

2019년(己亥年)을 맞으면서 국가발전을 기원하는 의미의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다. 매년 교수신문사에서는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사자성어를 선정 발표해 왔다. 금년에도 전국 대학교수 8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38.4%:341명) 올해의 4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되었다. 이 말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의미로,『論語』「泰伯」편에 실린 고사성어(故事成語)다.

‘임중도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교수(철학과)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難題)가 많이 남아 있다”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정했다고 한다. ‘임중도원’의 어원(語原)을 살펴보면, 공부자의 제자인 증자가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라는 문장 속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자고로 ‘선비’ 또는 ‘선비정신’이라고 하면 학문과 덕행이 높은 사람으로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어지러운 세상에서 남을 위해 사랑〔愛人〕을 베푼다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선비, 즉 현대의 지도자에 부여된 책무가 막중함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흔히들 선비답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선비’라 함은 한국인의 전통적 공동체 정신을 이끌어온 지성인을 말한다. 그러기 때문에 선비정신의 출발은 생명(生命)사랑이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홍익인간’(弘益人間)정신이다. 단군신화에서 말하는 천지인(天:桓因, 地:桓雄, 人:檀君王儉) 삼재(三才) 사상을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바라보는 것이 동양철학의 천지인합일사상(天地人合一思想)이다. 천지인의 생명이 하나로 합쳐질 때 생기는 에너지가 오늘날 한류(韓流)의 신바람이다. 이 ‘천지인합일의 홍익인간’ 정신을 정치에 반영한 것이 공익정치요 민본정치다. 공익정치와 민본정치가 백성과의 소통을 낳고, 위정자(爲政者)와 지도층의 의식주생활이 검소해지고, 정책결정에 공론이 존중되는 것이 민본정치이며, 맹자가 말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신바람이다.

오늘날 한국의 역사는 무서운 생존능력으로 발전되어 왔다. 한국인의 무서운 생존능력의 힘은 어디애서 왔을까? 단군조선 이래 5천년 역사의 선비 지성사(history of mentality)에서 그 원동력의 힘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지성사’란 역사적인 인물의 사상, 감정, 구조를 복구하고 재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역사적 연구에 대한 접근을 말한다(naver사전).

한국이 그동안 주체성을 잃지 않고 많은 변화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온 그 힘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외래문화의 변화 속에서 한국 고유의 정체성과 지속성을 지켜 온 선비문화의 고유한 체질(DNA)이 유용한 생존 능력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양에 노불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선비와 선비정신이 있어, 5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힘이 된 것이다. 화순군은 전국 어느 시군에 못지않은 선비의 고장이다. 그 뿌리의 영향으로 화순을 사랑하는 재경화순향우회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 힘은 화순군민의 삶의 철학이 중도를 지키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절도에 부합한 삶을 살아온 뿌리 깊은 선조님들의 덕분이라고 생각 한다. 감사합니다.

[ 약력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유학과 철학박사 수료
한국방송대 대학원 행정학과 행정학석사 졸업
한국방송대 중어중문학과 문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2급상당)
국가보훈처 춘천보훈지청장
대통령 우수공무원표창 및 홍조근정훈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