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잎새차

이청리

차가운 눈보라가
너의 고향집이신가
우리 가슴 속에 푸른 빛 지퍼내는 곳

왜 달려가고 싶은 걸까
들길 어딘가엔
만날 사람이 있는 것 같아
기도하는 가슴으로 젖어들게 하는 걸까

연을 날리며
그 잎새에 꿈을 묻어두었지
이 다음에 찾아가려 했지만 이젠 멀어져
저만치 연처럼 떠 있는 옛날이여

차가운 눈보라에 시린 손으로
연줄을 감으면서 행복했었지
달빛 아래에서
우리 꿈을 키워주었지
점점 생각만해도 벅차 오르지

청보리 너의 품 속으로 마음 부리고 서면
건져 올리고 싶은 가슴 뛰던 그날들
이젠 잔에 담아 내미는 어진 빛에
눈을 감고 맞아드려 오래도록 기억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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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누른빛을 띄는 일반보리와는 달리 푸른빛을 띠는 청보리.
나는 잔잔한 꽃만큼이나 이 청보리가 참 좋다.
청보리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청보리 너의 품 속으로 마음 부리고 서면
건져 올리고 싶은 가슴 뛰던 그날들
이젠 잔에 담아 내미는 어진 빛에
눈을 감고 맞아드려 오래도록 기억하마’

무념무상이고 싶은 오늘은, 이 구절이나 읊으며 지내고 싶다.

이청리(1957년 ~)

전남 완도출생, 시인

1978년 시집 '별들의 위대한 선물'로 등단
1990년 제1회 ‘윤상원 문학상’과 1996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제주의 영주십경의 시어들을 가곡으로 만들어 한라 아트홀에서 공연. 2010년 ‘가곡’, ‘나무’, ‘어려운 이웃이 있는 곳에’ 합창연주회, 2011년 <그 섬에 고운님이 있었네>시를 김희갑 작사 유지나 노래로 음반을 출시한바 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한편, 시인은 제주출신이 아닌데도 2002년 10월에 관광차 입도하였다가 제주 삶의 역사와 풍광을 보면서 감동을 받고 제주시에 정착하여 창작활동을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