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

김상옥

가다가
늙은 두보(杜甫)처럼
꽃 위에 눈물도 뿌리고,

멋있는
젊음과 사귀다가
일부러 가는귀도 먹고,

떠날 땐
푸른 반딧불
먼 별처럼 사라졌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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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에게나 생명(生命)이 있었기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은 유한하기에 반드시 종명(終命)도 있다.
그러기에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 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정(艸丁)의 ‘소망’은 그가 구사하는 섬세하고 유연하며 영롱한 시어와 같은 흐름을 갖는다.

‘떠날 땐
푸른 반딧불
먼 별처럼 사라졌으면 … ’

마지막 행을 보면 초정의 인생관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나에게도 투영됨을 느낀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법,,, 그건 각자의 마음가짐에서 오는 게 아닐까?

김상옥(金相沃,1920~2004)

경상남도 통영시 출생, 호는 초정(艸丁)
1937년부터 김용호, 함윤수 등과 함께 <맥>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가람 이병기(李秉岐)의 추천으로 1939년 시조 「봉선화」를 《문장》지에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등장한 시조시인. 섬세하고 유연하며 영롱한 언어 구사가 특징이며, 시조 외에도 자유시, 동시, 수필 등 여러 분야에 뛰어난 재질을 발휘하였다.

초정은 이호우(李鎬雨)와 함께 1940년대 전후부터 한국 현대시조계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으로서, 우리의 전통시조에 현대적 감각을 도입해 그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노력하여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해 온 작가로 평가된다.

초정의 초기 작품은 시조의 전통적 형식의 바탕 위에 섬세하고도 영롱한 시어 구사와 한국적 서정성이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조의 형식에 충실하여 전통적 형식미가 돋보이는 온전한 시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향의식과 토속적 성향을 드러내어 작품의 미적 가치를 제고하였다. 그의 첫시집 『초적(草笛』에 실려 있는 「봉선화」, 「백자부(白磁賦), 「사향(思鄕)」, 「다보탑」 등은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후기에 들어올수록 개방적이며 실험적인 창작 성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