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오강현

속 빈 대나무 끝에 보일 듯 말 듯
투명하고 가느다란 심지를 매달고
누군가를 붙잡고 시퍼런 가슴을
토해 내고 싶다

그래서 멀리멀리 뿌린다
가슴 언저리에 두 겹 세 겹 켜켜이 쌓아 둔
검게 멍든 가슴을 너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닿기 위해
멀리 더 멀리 던진다

긴 대나무외 긴 줄을
바다로 바다로 연결한다

간혹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맑은 물고기가 있다면
나를 물어도 좋다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꽉 물어도 좋다

나도 지느러미가 있다면 기꺼이 흠뻑 적시련만
그러나 지금은 더 멀리 더 깊게
하얀 바다가 푸른 바다가 되도록
내 슬픔을 뿌릴 뿐이다

바람을 가르며
흐느끼며
바다에서 새벽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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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잡는 것이 낚시가 아니고
진정한 마음의 벗을 하나 얻는 것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

‘내 슬픔의 심한 악취가 혹시나 좋아
줄을 당기는 푸른 청어가 있다면
나를 꽉 물어도 좋다..’

나도, 내 마음 깊숙한 곳을 궤뚫어보는 푸른 청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강현

시인
현재 창작활동과 국어강사 및 <더불어 숲 창작교실>운영을 겸하고 있으며,
대학에선 국어국문학을 전공, 대학원에선 현대문학, 현대시 전공
십여 년 동안 창작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대표 시집으로는 『오늘 같은 오늘은 가라』(세창출판 2001)가 있다.
그 밖에도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각 일간지,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학이 서정성과 사실성을 지향 할 때 그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서 "마음에 당신을 품고 하루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