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못하네

노향림

이마받이를 하고
문득 눈을 들면
사람보다 더 놀란 압해도
반·고호의 마을로 가는지
뿔테 안경의 아이들이 부르는
휘파람 소리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깨끔발로 돌아다니고
집집의 지붕마다 귀가 잘려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나지막한 마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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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향림 시인이 어린시절 목포 산정동 야산 기슭에 앉아 멀리 아련히 보이는 섬에 가고픈마음을 담아 썼다는 시.

신안의 수많은 섬들과 목포사이에 있는 압해도는 지금은 연륙교가 있어 차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옛날에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를 타고 가야 했던 곳이다.

개펄과 물골이 많아 해산물의 맛이 좋고 압해도 특유의황토와 좋은 기후조건으로 과일맛이 좋기로도 유명한 압해도.

그냥 마음편하게 읽히는, 고향아닌 사람에게도 고향처럼 느낌이 전해지는 좋은 시,

‘....
......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문득 압해도에 가고 싶어진다.

노향림(盧香林, 1942년~)

전남 해남 출생. 정신여고를 거쳐 중앙대 영문과 졸업. 1970년 ‘월간문학’에 <불빛의 새> <불> 등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 ‘한국시’ 동인. 대한민국문학상(1987), 한국시협상 수상.

시인은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의 실존성을 회복하려는 남다른 언어적 과정을 통해 현실적 삶의 무의미성과 불모성을 형상화해 준다.

【시】<역촌동 입구>(신동아.1970) <신생아실>(한국시.1970) <어떤 죽음>(현대시학.1971) <역사(役事)>(현대시학.1971) <유년(幼年)>(문화비평.1971) 여름밤>(문화비평.1971) <바람 부는 날>(월간문학.1971) 교외(郊外)>(월간문학.1971) <1950년 여름>(월간중앙.1972)

【시집】(현대문학,1977), <연습기(練習機)를 띄우고>(연희출판사,1980), <눈이 오지 않는 나라>(문학사상사, 1987)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문학사상사.1992)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창비.1998)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창비.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