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로 가는길 - 헤르만 헤세

아침은 신선하게 눈을 뜨고
세상은 이슬에 취하여 반짝거린다
금빛으로 그를 싸안아 주는
생생한 빛으로

나는 숲속을 거닐며
재빠른 아침과 발을 맞추어
열심히 걸음을 재촉한다
아침이 나를 아우처럼
동행 시킨다

누런 보리밭에
뜨겁게 드리운 대낮이
쉬임없이 길을 재촉하는
날 바라보고 있다

조용한 저녁이 오면
나는 목적지에 닿으리라
대낮이 그렇듯이 귀여운 이여
당신의 가슴에서 타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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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흘러가는 흰구름을 바라보면서 언제나 어린시절 연인이었던 ‘엘리자베스’를 그리워했다는 헤르만 헤세.

그의 수채화에서 묻어나는 맑음처럼 죽는 날 까지 헤세는 순수성을 간직했다.

나도 젊은 날 스위스에 갔을 때 헤세가 말년을 보냈던 몬타뇰라에 가 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못 갔던 짙은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다.

두 번 이혼하고 세 번째 결혼에서 안식을 찾았다는 헤세는 어쩌면 인생 여정이 연인을 찾아 헤맨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전쟁을 경고하고 글과 그림으로 그의 내면세계를 녹여내린 헤르만 헤세.
마른장마와 폭우가 계속되어 심신도 지쳐가는 오늘. 비에 씼기어 초록이 한층 선명해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이 시를 감상해 본다.

헤르만 헤세(Herman Hesse, 1877~1962)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교를 다니다 그만두고 시계 수리공, 서점 점원 등으로 일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1899년 시집 '낭만적인 노래' 로 데뷔.

헤세는 전쟁이 끝난 후 가족을 떠나 스위스 남부 루가노 호반의 작은 마을 몬타뇰라에서 지냈다. 이곳에서 〈클라인과 바그너〉,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등을 썼다. 《싯다르타》는 한 청년이 자기실현을 하는 철학적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동서양의 철학이 결합되어 있다. 수채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다. 1920년에 첫 개인 전시회를 연 이후 파리, 마드리드, 뉴욕, 도쿄, 몬트리올, 함부르크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생활에 위협을 받던 시기에는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데미안’, ‘싯다르타’, ‘수레바퀴 밑에서’, ‘유리알 유희’ 등이 있으며,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