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사랑한다는 것 |2019. 12.18

예수의 교법을 듣자니 원한 잊고 원수를 사랑하라 하네 하늘 함께 이지 않는단 말씀 돌아보라 이 이치가 바로 천추에 빛나는 것이지 聞道耶蘇法문도야소법 忘讐又愛仇망수우애구 回看天不共회간천불공 此理炳千秋차리병천추 - 김평묵(金平黙, 1819~1891), 『중암집(重菴集)』 권3…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신중하고 조심한다 |2019. 12.14

인생을 살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남이 보지 않을 때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면 잘하는 사람도 남들이 안 볼 때는 나태해지고 해이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잘 처신해야 한다는 ‘신독(愼獨)의 철학’은 오늘날 우리가 한 번쯤 진지하…
한 해를 보내며 |2019. 12.04

앞날은 그래도 어찌할 수 있으니, 이제부터 모쪼록 다시 시작하리. 來者尙可追 自此須更始 래자상가추 자차수갱시 - 장유(張維, 1587-1638),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25권 「갑인년 섣달 그믐날 밤의 감회[甲寅除夕有感]」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던 일상마저…
새벽의 맑은 기운으로 상처를 치유하라 |2019. 11.30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불가피하게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이켜 보면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긴 수많은 상처가 마음에 남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상처 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
외로움이 필요한 시간 |2019. 11.22

쓸쓸히 금학 더불어 파직되어 돌아오니 국화는 여전하고 대나무가 사립을 지키네 병든 방에서 추위를 만나 말똥을 때고 어버이께 올릴 양식 없어 관복을 파는 신세 벌레는 긴 밤 내내 우니 충직한 모습에 부끄럽고 새는 깊은 숲에 숨으니 기심(機心) 멀리함을 알겠다오 어느 곳의 운산에서…
꽃을 사랑한 남자 |2019. 11.19

큰 은혜는 은혜를 끊고, 큰 자비는 자비를 끊으며, 큰 연민은 연민을 끊고, 큰 사랑은 사랑을 끊습니다. 재상의 지위에 올라 큰 녹봉을 받는 것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까요? 오직 은사(隱士)가 가장 사랑하지만, 그걸 잃거나 빼앗길까 염려하여 애초에 거하지 않는 것입니다. 깊숙한 안방 부드러운 베갯…
배움을 구하는 자세 |2019. 11.08

주장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어른들 앞에서 무례하게 큰 소리 치는 것은 학자가 배움을 구하는 방도가 아니다. 說不違理 已是咆哮無禮 非學者求益之道 설불위리 이시포효무례 비학자구익지도 - 이황(李滉, 1501~1570), 『퇴계집(退溪集)』 권41 「여안도손 경오(與安道孫 庚午…
안 되면 이름 탓 |2019. 11.01

한문학자라는 직업 때문인지 작명에 대한 문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어딘가의 철학관에서 지어온 이름을 내밀며 의견을 묻는 식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어달라는 사람은 없다. 작명에 한해서는 박사학위보다 철학관 간판이 믿음직한 모양이다. 하기야 대학에서는 작명을 학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
문 틈의 달 |2019. 10.25

현대의 생산 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
창자를 끊어내는 아픔 |2019. 10.17

우리는 인생을 살다가 슬픈 일을 당하면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의 ‘단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가수 황금심이 노래한 역시 잡혀 가는 자신의 남편을 생각하며 창자가 끊어질 듯한 ‘단장(斷腸)의 애절함’을 노래한 것이죠. 단장의 어원은 『세설신어』의 ‘출면편(黜免篇)’에 나옵니다. 환…
‘선생’이 되지 말고 ‘학생’이 되라 |2019. 10.12

사람들은 늘 다른 사람의 선생이 되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잘 모르면서도 남에게 묻기를 싫어하고, 모르는 것도 안다고 말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맹자』는 사람들이 가진 가장 큰 고질병으로 다른 사람의 선생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지환재호위인사(…
돌이켜 보는 사랑 |2019. 10.07

사랑이 공경보다 지나치다. 愛逾於敬. 애유어경. - 이이(李珥, 1536~1584), 『격몽요결(擊蒙要訣)』 5권「사친(事親)」 요즘 사람은 대부분 부모에게 양육 받기만 하고 자기 힘으로 부모를 봉양하지 못한다. 만약 이렇게 세월이 지나가면 끝내 최선을 다해 봉양할 날이 없을 것이다.[今人多是…
귀를 막아도 ‘종소리’는 들린다 |2019. 10.01

언젠가 에서 304명의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귀(耳)를 막고(掩) 종(鐘)을 훔친다(盜)는 뜻으로, 도둑이 종을 훔치면서 종소리가 나지만 자신의 귀를 막고 못들은 척하며 종을 훔쳤다는 고사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인정하…
가을밤의 단상 |2019. 09.18

예를 배우던 뜰 앞에서 선친 말씀 직접 들으니 봉은사에 자주 가서 공부했노라 하시었네 부모님 여의고 홀로 남은 이 목숨 머리가 온통 샌 채 바로 그곳에서 지는 해를 보노라니 눈물이 수건을 적신다 당시의 일 묻고자 해도 연로한 승려가 없고 그저 임진년이라 쓰인 유묵만 남아 있구나 …
아무리 견고하더라도 |2019. 09.04

견고하다 하지 마라. 갈다 보면 뚫리는 법이니. 勿謂堅 磨則穿 물위견 마즉천 - 이가환(李家煥, 1742-1801), 『금대시문초(錦帶詩文抄)』 하(下) 「윤배유연명(尹配有硏銘)」 윗글은 조선 후기 문인 금대(錦帶) 이가환(李家煥)이 윤배유(尹配有)의 벼루에 쓴 명문(銘文)의 일부이다. 옛사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2019. 08.28

잘못이 있거든 뉘우치지 않아서는 안되며, 뉘우쳤거든 가슴 속에 남겨두어서는 안된다. 항상 자신을 부족하게 여긴다면 계속 위축될 것이니, 어찌 깨끗이 씻어내어 다시 시작하는 것만 하겠는가? 有過不可不悔 悔不可留着胸中 蓋常自不慊 則一向餒矣 曷若洗濯而更始乎 유과불가불회 회불가류…
다시 이순신 |2019. 08.22

장군의 사당 아래 대숲 사이에서 어인 일로 서생은 통곡하고 돌아오나 바다 산에 맹세하던 곳 그 어디메뇨 동쪽 고래 날로 하늘에 닿을 듯 물을 뿜네 將軍祠下竹林間 장군사하죽림간 底事書生痛哭還 저사서생통곡환 誓海盟山何處是 서해맹산하처시 東鯨日噴接天瀾 동경일분접천란 민족이라…
사람이 도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2019. 08.17

동양에서 ‘도’는 다양한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도를 닦는다는 ‘수도(修道)’ 역시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물질이 아닌 정신적 가치를 높인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하고, 우주의 본질을 깨치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본주의와 현세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도’…
역사라는 거울 |2019. 08.07

사람이 천성이 없다면 사람은 반드시 죽고 국가가 도[신의]가 없다면 국가는 반드시 망한다. 人無此性 則人必死 國無此道 則國必亡 인무차성 즉인필사 국무차도 즉국필망 - 최익현(崔益鉉, 1833~1906), 『면암집(勉菴集)』 권16 「기일본정부(寄日本政府)」 이 글은 면암(勉菴) 최익현(崔益…
남들이 버릴 때 나는 산다 |2019. 08.06

투자의 귀재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은 ‘남들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남들이 주식이 올라서 사들일 때 과감하게 팔아버리고, 남들이 포기하고 던질 때 과감하게 사들이는 이 역발상의 투자 원칙이야말로 워런 버핏을 금세기 최고의 투자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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